나는 미국에서 드물게 '선택 유도분만'을 결정했고,
이유는
1. 남편의 일 특성상, 예고 없이 자리를 비우기 힘들기 때문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차질 없이 비우기 위해 미리 날짜를 계획하고 싶어서
2. 초산이라 아이가 늦게 나올 가능성이 큰데, 이미 아이가 큰 편이어서 40주를 넘어가면 자연분만을 하기 힘들 것 같아서 (남편과 나 둘 다 키도 큰 편이고, 크게 태어난 편이라 분명히 아기가 클 것 같았다...)
3. 처음 본 당직 선생님보다는 임신기간 내내 진료를 봐주신 내 주치의 선생님이 아이를 받아주길 원해서 (그 선생님이 온콜인 날로 예약)
4. 첫 번째 이유와 비슷한데, 진통이 언제 올지 모르는 채로 며칠을 보내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이 싫고 무서워서
였다.
그리고 나는 임신 중기부터 쌍둥이냐 만나는 사람들이 물어볼 정도로 배가 굉장히 컸는데 이 때문에 재발한 허리 디스크, 새로 생긴 증상인 숨 막힘, 속 쓰림, 치질 증상이 심했었다. 며칠이라도 빨리 이 임신 상태를 끝내고 싶은 나의 마음도 한몫했다.

하지만 제목에도 썼듯이 결국 제왕절개행이 될 줄 알았더라면 나는 유도분만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ㅠㅠ
아니면 제왕절개를 미리 예약하거나..(하지만 특별히 위험케이스가 아닌 이상 미국은 선택적으로 제왕절개를 권하지 않는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 친구들이 물어보면 유도분만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 말리고 있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수술한 최악의 케이스라 불릴 만한 나의 썰을 좀 자세히.. 풀어본다.
🐣39주 5일 차, 유도분만 당일🐣
오전 10시, Dr. Kong 선생님과의 출산 전 마지막 진료를 갔다.
자정에 입원을 할 거니, 오전에 내진 후 자궁이 덜 열려있으면 인위적으로 열리게 하기 위한 장치인 풍선을 삽입하자 하셨다. 오전에 풍선 삽입 후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면 점점 신호가 올 것이고, 유도분만하러 입원할 무렵엔 자궁이 많이 열려 있어 출산이 수월할 것이라 하셨고,
그 외에 짐볼에 앉아 콩콩 뛰기,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을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다.. 하핳

Foley balloon cervical ripening - 풍선 삽입
아플까 봐 조금 고민했지만, 입원 후에 신속한 출산(?)을 하고 싶은 마음에 추천하는 대로 풍선을 넣기로 했다.

생리통처럼 조금 뻐근할 수 있다던 의사 선생님의 거짓말!!!!!!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나는 풍선을 넣고 나서 15분 정도 지나자 배가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ㅠㅠ 원래 생리통이 없어서 그 느낌을 모르긴 하는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복통이면 이것이 생리통 심한 여자들이 겪는 통증인가? 싶었다.
짐 싸기
나는 퇴원 후 다른 미국의 산모들처럼 바로 집으로 가는 대신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병원과 조리원 짐을 함께 싸는 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갔다. 2주 치 짐을 한 번에 싸려니.. 그것도 출산 후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이 잘 안 되는 상황이어서 더 막막했던 것 같다.
https://disenadora.tistory.com/265
미국 출산 가방 필수템? 준비물 리스트 -얼바인 Hoag
둘째가 생겨 출산병원에 또 가게 된다면 보려고 써두는 글일단 말하고 싶은 것은, 병원 출산 가방은 간단하게 싸는 것이 좋다.처음에 한국 산모들이 쓴 글을 참고했는데, 출산가방에 패드나 모
disenadora.tistory.com
이와 관련해 글도 썼지만, 출산 병원 짐은 최대한 간편하게 싸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사실 빈손으로 갔어도 됐을 정도로 병원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 보면 된다.
복장 팁
편한 끈나시 원피스에 크록스 차림으로 병원에 갔고, 퇴원할 때 편히 다시 입고 올 수 있어서 괜찮았던 아웃핏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특히 크록스는 가져가기 너무너무 잘했다 생각하는 게, 발이 부어서 커진 상태에서도 잘 들어가고, 샤워실에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재질이라 아주 유용했다.
병원 도착 - Irvine Hoag
자정에 병원 도착. 12:30am 예약이었다. 1박 2일을 마치 2박 3일처럼 풀로 쓸 수 있는 예약 시간인 것 같았다.

사실 그전에 배가 너무 아파 더 일찍 입원할 수 있나 문의하려 전화를 했는데 이것저것 질문하더니 (contraction이 3분마다 주기적으로 오느냐 등) 내가 안 급해 보였는지(?) 참아보라고 했다..ㅋㅋㅋㅋㅋㅋ지금 와서 보면 그도 그럴 것이 진통이 주기적으로 오지도 않았었고, 아마 풍선 삽입으로 인한 복통 + 가진통이었던 것 같다.
리셉션에 이름과 주치의를 말 하니, 팔찌 같은 걸 주셨고 내 팔찌에는 나의 이름이, 남편의 팔찌에는 내 이름’s visitor 이렇게 ㅋㅋㅋㅋㅋ 되어있었음. 결혼식 준비할 때가 생각나네. 어딜 가든 ‘내 이름’ + ‘내 이름 신랑’ 이렇게 이름표를 받았던 시절..
이미 투어를 한 번 해 봐서 익숙한 입원실로 안내받았고, 나에게 한쪽이 뚫린 환자복 주며 팬티까지 다 벗은 후 뚫린 쪽을 뒤로해서 환자복을 입으라 했다.


병실은 크고 쾌적했고 샤워실도 아주 잘 되어 있었다.

병실 안의 화장실에서 환복 하기 직전, 나의 마지막 배 나온 사진을 전신거울로 찍어보기도 했다.
입원 수속 & 서류 작업
12:30AM 입원 하자마자 간호사 두 명이 붙어서 엄청난 양의 서류를 주셨다. 나는 바로 침대에 누운 채로 그분의 질문에 대답을 했고, 그분이 서류를 체크하셨다. 대부분 나의 알러지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수혈을 받는 것 괜찮은지, 내가 의식이 없는 경우 나의 남편이 의료행위 결정권자가 되어도 괜찮은지 등.. 굉장히 내용이 많았다.
모유수유를 원하는지도 질문 목록에 있었고, 에피듀럴(무통주사) 맞을 거냐고 해서 YES 했다.
간호사들은 굉장히 나이스했고, 따스한 농담들로 나의 긴장을 풀어줬다. 다만, 바늘 꽂는 것을 두 번이나 실패해서; 세 번만에 손목 근처에 IV 줄을 꽂을 수 있었다… 괜히 표정 안 좋거나 하면 더 긴장하실까 봐 별 말 하지 않았다.ㅋㅋ

옥시토신 투여
그리고 거의 바로 Oxytosin(Pitocin, 촉진제)를 투여하기 시작.
새벽 1시쯤부터였던 것 같고,
간호사가 설명해주길, 분만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 진통이 심해질 수 있는데, 통증 레벨이 이미 너무 많이 올라갔을 때 에피듀럴을 요청하면 이게 준비까지 좀 오래 걸리니 늦을 수 있다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좀 일찍 요청하라는 팁을 주셨다.
진통이 점점 심해지는 듯했지만 참을만했고, 에피듀럴을 맞기 시작하면 소변줄을 꽂아야 하고, 이제 내 발로 걸어서 화장실을 못 간다(=변을 못 본다)라는 것 때문에 계속 고민만 하고 에피듀럴 맞기를 미뤘다.
무통주사 Epidural
통증이 1-10 중에 몇 정도냐 물어보는데, 4에서 6 정도라고 대답하며 에피듀럴을 맞을까 망설이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고, 이제 너무 아파서 더 아파지면 힘들 것 같아 에피듀럴을 요청했다.
그런데 요청 후에 옆 방의 경산모 두 명에게 순서가 밀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경산모는 진행 속도가 더 빨라서 그렇다고 했다. (간호사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미리 요청하기 ㅠㅠ)
여기까진 ok 했는데, 그 사이에 순식간에 통증 레벨이 4에서 10까지 올라감!
미친듯한 복통이 몰려왔고, 진짜 못 참을 정도였고 서러워서가 아닌, 순수하게 ‘아파서’ 눈물이 펑펑 나왔다. 간호사가 나를 보고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요청해서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무통을 맞게 해 줬다.

무통 맞을 당시, 자궁은 4cm 정도 열려 있었다.
마취가 의사가 히어로처럼 들어와서 앉아서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라 하고 주사를 놔주셨다.
이때, 예전에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L4, L5에 herniated disc가 있다 언급했다.
무통 주사 맞을 때 엄청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땐 진통의 고통이 더 커서 별 생각이 없었다. 원래 간단한 주사도 무서워하는 쫄보인데 아무 생각 없었음.ㅋㅋㅋ
무통을 맞자 마법처럼 모든 통증이 ‘일시적으로’ 싹 사라졌다.
이때까지 내진도 여러 번 한 것 같은데, 아직 자궁 다 열리려면 많이 남았다며 나와 남편에게 한숨 자두라 했다.
편두통과 허리 통증, 그리고 사라진 무통빨
남편은 간이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나는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이 날 하필 감기기운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았었는데, 두통이 너무 심하게 오는 거다. 뇌를 누군가 망치로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편두통이 너무 괴로워서 간호사를 호출해 얘기하니
타이레놀을 Max 용량으로 주셨지만 소용이 없었다.
만성 두통이 있는 나는, 애드빌을 먹으면 약효가 듣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임신 중에 ibuprofen을 먹으면 안 된다…
내가 카페인 먹으면 보통 괜찮아진다고 얘기했더니
규정상 자기네가 카페인 음료를 줄 수는 없으니, 두통이 정 괴로우면 매점에서 카페인 함유된 콜라라도 사 오라고 해서 남편이 콜라를 사 왔다. 마셔봤지만 그리 괜찮아지진 않았다.

그치고 몇 시간 후 무통빨이 사라지고 다시 진통이 느껴지는 거다.
심지어 예전에 허리디스크 통증 심할 때 아팠던 lower back까지 같이 아파와서 총체적 난국.
진통은 배 앞쪽인데 디스크 통증은 허리 뒤쪽이라 허리 전체가 링처럼 앞뒤로 아프니 죽을 것만 같았다.
무통주사 MAXED OUT
또 호출 버튼을 눌러, 나 통증 다 느껴진다. 에피듀럴 더 넣어달라 해서 결국 Max로 넣었는데도 계속 통증이 있어서 너무 괴로웠다. ㅠㅠ 남들은 무통 맞으면 아무 느낌도 안 난다던데..
나는 한쪽 다리에 아예 감각이 없을 정도로 무통을 맞았는데도 진통이 끊임없이 느껴졌다. 자세 하나 바꿀 때에도 코끼리다리 같은 무거운 다리를 누군가가 들어서 옮겨줬어야 했다.
중간에 양수가 터져서 내 엉덩이 쪽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는데 나는 하나도 못 느낄 정도였으니.
간호사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내진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몇 명의 다른 의사가 다녀갔는지
다 어렴풋이 만 기억난다.
첫 내진은 굉장히 거북하고 아팠는데 이 쯤되니 누가 내 질 안에 팔뚝을 넣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ㅋㅋㅋ 남편이 바로 옆에 있든 말든..
진통은 잠잠해지다 강해지다를 반복했고, 살만한 순간들도 있었다.
양수 터짐, 드디어 힘주기 시작?
그러다 다음 날 오후가 되었고,
나의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다. 내진을 해 보시더니, 자궁이 10cm 열렸다는 희소식!
양수가 덜 터졌다고 하며, 인위적으로 터뜨려야겠다며 긴 막대기? 같은 것으로 양수를 터뜨리심.
그러고 한 5분이 지났나, 미친듯한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
아까 무통주사 맞기 전까지의 통증이 10이었다면 이제는 20 정도의 통증이었다. 간호사를 호출해 에피듀럴을 더 넣어야겠다고 하니, 조금 있으면 푸쉬를 시작할 것 같은데 너무 심하게 감각이 없으면 푸쉬하기 힘들다고 참을 수 있으면 참아보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러고 3분 후 ㅋㅋㅋㅋ 너무 아픈 것이다.ㅋㅋㅋㅋㅋ 푸쉬 힘든 것이고 뭐고, 내가 죽겠어서
빨리 에피듀럴 달라고 울면서 말했다.
정말 아파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뭐랄까,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괴로울 정도로 아팠다.
거기다 아직 편두통도 있고 허리 통증도 있어서 그냥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게다가 감기 기운 때문에 안 그래도 코가 막혀 있었는데 우니까 코가 완전히 꽉 막혀서 숨 쉬기가 더욱 힘들었다.
뱃속의 아기 방향 돌리기
또 한 번의 내진 후, 간호사가 아기가 척추 쪽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배 쪽을 보고 있어서 돌려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하.. 힘들어 죽겠는데..ㅠㅠㅠ
자연분만 성공하려면 엄마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힘을 내서 아기를 돌려보자 하셨다.
요가 자세 같은 그림을 보여주었고, 이렇게 해보자 하여
옆으로 돌아누워서 가랑이 사이에 피넛볼을 끼우고 진통을 견뎠고,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자세를 바꿔줘야 했다.
힘들었지만 나는 자연분만 하고 싶은 의지가 굉장히 강했어서 열심히 시키는 대로 따라했다. 진통과 두통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며 간호사가 시키는대로 했다. 이 와중에 정말 친절하셔서 많이 힘이 되었었다.
한 번 더의 내진 후, 아기가 반쯤 돌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자기가 손을 넣어 아기 머리를 잡고 돌릴 거라 하셨다.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행하셨는데
이 모든 걸 한 큐에 정말 빠른 동작으로 하셨고, 마취 때문에 느껴지는 건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힘주기 시도
옆에서 남편이 손을 잡아주며 뭐라 뭐라 했지만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가 진통이 너무 심하다고 울부짖자 마취가 의사가 와서 약을 더 넣어줬는데, 즉시 좀 나아졌다.
내 주치의 선생님은 이미 퇴근하셨고, 새로 온 당직 의사 선생님 등장.
내진을 해 보더니, 자궁이 다 열렸다며 푸쉬 연습을 해보자! 하는 거다.
나나 남편이나, 아직 몇 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푸쉬를 하자고 해서 놀랐다. 간호사들이 바퀴 달린 테이블에 태어난 아기를 눕힐 베시넷 같은 것들을 싣고 들어왔고, 이제야 실감이 났다. 드디어 아기를 낳는구나!
곧 아기를 만나겠구나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해졌다.
자궁은 다 열렸는데 아직 아기가 좀 위에 있는 것이 문제인데, 힘을 줘서 내려오게 해 볼 수 있다 하셨다.
나는 개구리처럼; 누워서 양다리를 들고, 한쪽은 간호사가, 다른 한쪽 다리는 남편이 잡아줬고 (이쯤 되면 민망함 따위는 전혀 없음.)
남편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한 손으로는 내 뒷 머리를 받쳐줬다. 남편이 힘이 세고 아주 잘 잡아준다고 칭찬을 받았던 것 같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참았다가 사인을 보내면 있는 힘껏 힘을 줘서 밀어내라고 했다. 막달에 ‘자연분만 힘주는 법’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봤기에 그걸 떠올리며 연습한 호흡법으로 푸쉬하려 애썼다.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세트 푸쉬를 하고, 간호사한테 힘 잘 준다고 칭찬도 받았다. 그러고 다음 푸쉬는 30분 정도 쉬고 하자고 하셨다.
나는 원래 그 정도의 텀을 두고 해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힘을 줬을 때 아기의 바이탈이 너무 떨어져서 그거 회복하는 거 기다리느라고 30분 넘게 텀을 준 거였다. 어쨌든 난 그때 어차피 재정신도 아니었고 너무 지쳐있었으므로 30분인지 1시간인지 별로 시간의 흐름에 대한 느낌도 없었다.
드디어 두 번째 푸쉬!
분만실에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 다섯 명 넘게 있었던 것 같은 기억 (아닐 수도..)
간호사들이 마치 치어리더들처럼 푸쉬하는데 엄청 응원해 주고 숫자도 같이 세줬다.
사실 치질도 걱정되고, 똥을 지릴까 봐.. 도 걱정됐지만 두 번째 푸쉬 땐 그런 거 신경 안 안 쓰고 말 그대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있는 힘껏 힘을 줬다.
5, 4, 3, 2, 1…
평소에 운동도 꾸준히 해오기도 했고, 우리 엄마는 애 셋을 나름 쉽게 자연분만으로 낳으셔서 나도 순풍 애를 잘 낳을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거울은 보지 않았지만 얼굴이 시뻘게진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애가 이미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주는 거와는 별개로 진통의 고통이 너무 심했고, 아직 두통과 허리 통증도 함께 진행 중이었기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너무 기운이 없었다..
내려오지 않는 아기
두 세트의 푸쉬가 끝나고,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산모의 몸은 출산 준비가 되었고 자궁도 다 열렸는데 아기가 아직도 너무 위에 있다고.
내가 힘을 줄 때마다 아기의 바이탈이 너무 떨어지는데, 이대로라면 계속 자연분만 시도하기가 어렵겠다며 제왕절개를 제안했다.
‘제왕 절개는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어서 좀 당황스럽다. 자연분만을 더 시도해 볼 수는 없는 상황인가요?’ 하며 망설이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난산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계속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며 울먹거리기만 하자
의사가 남편이랑 같이 고민해 보겠냐며, 15분 있다 다시 온다고 했다.
나가려는 의사를 붙잡고 나 푸쉬 한 세트만 더 해봐도 되냐 물어봤다.
마지막 시도
그래서 하게 된 세 번째 푸쉬.
정말 ‘젖 먹던 힘까지(ㅋㅋㅋ)’ 다 해서 밀어냈다. 이땐, 공복시간도 너무 길었었고 해서 진짜 에너지가 바닥이었지만 이거 못하면 배를 째고 수술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최선을 다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이 내 귀에 대고 응원이랍시고 해 준 ‘자기야, 아주 잘하고 있어. 똥 싸는 것처럼 힘줘’라는 말이 순간 너무 웃겨서 빵 터지는 바람에 힘이 살짝 빠졌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금 생각해도 웃기네 ㅠㅠ
간호사에게 칭찬받을 정도로 푸쉬는 잘했다. 얼굴에 실핏줄 터지는 느낌 날 정도로..
하지만 역시 아기의 심박동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의사가 아무래도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나에게 권하는 것이 아닌, 결정하고 통보하는 뉘앙스였다.
그리고 덧붙이길, 내진을 해보니 내가 속골반이 작은 편이라 난산이 예상되고, 남편이 굉장히 키와 덩치가 큰데 (옆에 서 있던 키 187cm의 남편을 쓱 보며) 이런 경우엔 아기도 큰 경우가 많고, 큰 아기와 작은 속골반의 조합은 자연분만이 굉장히 힘들다는 설명을 덧붙이셨다.
또한, 푸쉬를 계속 시도해서 아기가 꽤 밑으로 내려온 상태에서 응급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수술조차 수월히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푸쉬 시도할 때마다 아기의 바이탈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계속 자연분만을 시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말 까지 들으니,
무엇보다 아기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생각하니 내가 고집을 피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기에게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니까-
응급 제왕절개, C-section
수술실에 함께 들어가는 남편은 우주복 같은것을 입었고, 내 머리에도 무언가가 씌워졌던 것 같다. 이때부터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너무 힘들었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로 이동하는데, 칼로 배를 열어 아기를 꺼낸다는 큰 수술을 한다는 것이 갑자기 무섭고 긴장됐었던 것 같다.
수술실에 있던 모든 크루들은 굉장히 친절했고, 특히 마취과 선생님이 나와 남편의 긴장을 풀어주려 농담도 하시고, 따뜻한 말로 울고 있는 우리를 달래주셔서 마음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남편과 나 둘 다 눈물콧물 흘리며 울고 있었음..ㅋㅋㅋ)
나는 그때까지도 이렇게 노력했는데 자연분만을 못해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이 상황이 너무 짜증이 난다고 울면서 말했던 것 같은데,
한 간호사가 제왕절개를 하는 것은 절대 산모의 탓이 아니라고 이건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된 것이고, 아기를 위한 최선을 선택을 하는 거라고 위로해 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마취약을 넣고, 여기저기 내 몸을 만지며 느낌이 나냐 질문하셨고, 아무 감각이 없다고 하자 몇 가지 더 확인 후 수술을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수술실에 남편과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나의 하반신부터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남편은 내 머리맡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는데,
남편과 마주 보고 이런저런 대화를 조금 나눴던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신생아의 울음소리는 정말로 "응애응애"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울음소리 같았다.
남편에게 커튼 너머로 와서 탯줄을 자르고 싶냐 물어봐서 남편이 탯줄을 자르러 나의 하반신 쪽으로 갔고, 이때 간호사 중 한 명이 남편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촬영도 해주셨다.💕

그리고 아기의 분비물을 좀 닦고 예쁘게 속싸개에 싼 아기를 수술대에 누워있는 내 눈앞에 데려오셨는데
세상에, 신생아가 이렇게 예쁘다니
나는 감자 외계인 같은 비쥬얼을 상상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귀엽고 예뻐서
"oh my god, he is SO SO SO cute and adorable"을 연발했다.
하얗고, 작고, 예쁘고 귀여웠다. ㅠㅠ세상 모든 미사여구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 것이다.

그렇게 함께 기념사진도 찍어주시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 수술대에 누워있는 지친 나ㅋㅋㅋ)
지금 보니, 분명 입원할 때는 내 피부가 깨끗했는데 19시간 진통을 겪고 나서 그새 피부에 뾰루지 같은 것도 올라와 있더라;
한국 병원에서 출산을 해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가족 같은 따뜻한 분위기 덕에 더 맘 편히 출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아직까지도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남편이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는 사실도,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거와 비교하면 훨씬 좋았다. 내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생생히 지켜본..ㅋㅋㅋ 출산을 함께(?) 겪고 나서 부부로서 훨씬 더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출산 직후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C-section 끝난 후 가장 아팠던 건, 내 안에 남은 태반과 찌꺼기들(?)을 빼낸다고 간호사가 배를 사정없이 눌렀던 것이었다. ㅠㅠㅠ
배를 누를 때마다 굴.. 같은 뭔가가 숭덩 나오는 느낌이었는데 진짜 죽을 것 같았다.
Sorry~ 이러면서 무자비하게 계속 누름;;
이 와중에 느낀 건, 출산 직후에 막달의 짜증 났던 증상들이 바로 사라졌다는! 커다란 배 때문에 숨 쉬기 힘들고, 밤마다 코가 막혀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것, 치질 증상, 속 쓰림 증상이 정말 신기하게도 바로 사라졌다. 다만, 허리 통증은 그대로였다.ㅎㅎ
물론, 수술부위의 통증이 어마무시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버티다 보면 일주일 안에 그럭저럭 괜찮아진다.

미국병원의 특징: 낳자마자 아빠 육아 시작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남편이 자는 간이침대가 매트리스가 진짜 불편하고 이불도 뭐 제대로 없고 ㅋㅋㅋ 진짜 열악한데..
출산의 고통을 겪은 산모와 비할바가 아니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몇 박 며칠을 고생한 울 남편.
이런 모자동실 시스템이 정말 피곤하고 힘들긴 한데, 너무 좋은 것 같다. 출산 직후 아기랑 떨어져 있는다는 것 상상할 수 없숴💕
Irvine Hoag 병원 입원 후기에 대한 글도 따로 써 보겠다.
3박 4일 동안 만난 간호사분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았어서 선물이라도 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퇴원하는 날 아기랑 같이 가야 하다 보니 정신없이 나가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그게 아직도 너무 아쉽다 ㅠㅠ
마무리하며
유도분만, 에피듀럴(무통 주사) 등은 결국 임산부 본인의 선택이다.
자궁이 열리고 몸이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유도분만 성공률이 높다면 적극 추천이다.
하지만 나처럼 자궁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유도분만을 진행하면 괜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수술 앤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신중하게 결정하자.
무통주사 관련해서는, 이것도 본인 선택이지만, 진통을 겪어본 나로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고통이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ㅎㅎㅎ
출산 전 긴장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은 분들이 가장 많으실 텐데,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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