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생활

가끔은 피곤한.. 미국의 배려 문화. 좋은건가? (커스터마이징)

ghostrabbit 2023. 11. 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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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할 때 - 이런 것까지 물어본다고?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어딜 가도 내가 재료를 하나하나 고르고, 옵션이 많다는 것이 너무 불편했어요. 영어도 익숙지 않은 나에겐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는 것이 버겁고 긴장되는 순간들이었어요.

 

예를 들면 카페에서 그냥 난 평범한 라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것뿐인데 항상 “Whole Milk?”(두유나 오트밀 우유, 아몬드 우유, 저지방 우유가 아닌 흰 우유를 원하냐는 질문)라고 물어보는 것이 되게 불필요하게 느껴졌었어요. 말 안 하면 당연히 그냥 우유 아닌가? 참고로 지금은 오트밀크 아니면 안먹습니다^^; 

 

커피숍뿐 아니라 브런치를 먹으러 가서 오믈렛 하나를 시켜도 “야채는 어떤 거 넣을 거니”, “계란은 어떻게 해 줄까” 뭐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 많은지.. 선택장애를 가진 저 같은 사람들은 속으로 아마 ‘제발 물어보지 말고 그냥 알아서 해 줘’라고 외치고 싶을 거예요. 

서브웨이 가면 빵부터 속에 들어가는 야채, 프로틴 다 고를 수 있잖아요?

거의 대부분의 곳들에서 이렇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면 돼요.

빵 종류, 치즈 종류, 고기 종류, 그리고 드레싱까지…ㅋ 처음엔 제가 요리 똥손이어서 그런지 항상 제가 조합하면 뭔가 망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딱 원하는 빵, 치즈, 드레싱 양까지 다 있습니다! ㅎㅎㅎ 나만의 루틴이 생긴 거고 어딜 가든 그렇게 먹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점점 알아가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직장 문화

그리고 회사에서도 계속되는.. 그놈의 커스터마이징!!!!!

 

예를 들어 누구 생일이라서 깜짝 서프라이즈로 무엇을 할까 의논하다가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우리 아침에, 귀엽게 베이글 파티 하자!라고. 뭐 그냥 베이글 사 와서 메인테이블에 모여서 담소 나누면서 커피랑 먹는 거죠.

한국 회사에서도 빵집에서 케이크랑 빵 여러 개 사 와서 팀끼리 쭉 둘러앉아 같이 먹고 그러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당일이 되기 전까지 꼭 해야 하는 게 있어요. 각자 무슨 베이글 원하는지 사 오기로 한 사람한테 보내야 해요. 베이글이 뭐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겠어요.. 그리고 빵 먹는건데 뭐 알레르기가 있을 가능성도 적잖아요? 그렇지만 쌔서미(깨) 베이글, 어니언 베이글 등등.. 각자 꼭 먹고 싶은 게 있을 테니까요. 저번에는 그냥 주는대로 먹고 싶어서, 먹고 싶은거 안 보내면 알아서 사오겠지라는 생각에 끝까지 제가 주문하고 싶은걸 보내지 않았더니 매니저가 개인 메신저로 쪼으더라구요 ㅠㅠ빨리 하나 고르라고..

사실 저의 한국적인 마인드로는, 사 오는 사람이 최대한 귀찮지 않게 한 메뉴로 통일하거나 그에게 맡겨서 그냥 아무거나 주는 대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누군가 스타벅스를 쏜다?(촬영 때문에 스튜디오로 외근을 간 날에는 꼭 커피 타임이 있어요.) 무슨 음료 원하는지.. 그냥 핸드폰을 쭉 돌려서 앱의 장바구니에 하나씩 본인이 원하는 음료를 넣으라고 해요. 사람이 세네 명이면 몰라도 약 서른 명 이렇게나 되는데도 꼭 이렇게 하더라고요.

주문하는 사람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ㅜㅠ 뭐, 내가 딱 먹고 싶은 거 먹어서 좋긴 하면서도.. 내 돈으로 사 먹는 것도 아니고 누가 사주는 건데 그냥 주는 대로 먹으면 안 되나? 하는 꼰대적인 생각을 ㅋㅋㅋㅋㅋ 조금은 하게 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위의 캡쳐는 회사 HR에서 lunch & learn(다 같이 점심 식사 하면서 업무 관련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가지거나 발전적인 대화를 하는 시간 = 을 가장한 법카로 맛있는 거 다 같이 먹는 날!)을 주최하며 보낸 이메일인데요, 여기서도 항상 음식 관련해서 물어보죠.

보세요, 저녁이 아니라 점심 시간에 하는 이벤트인데도 꼭 선호하는 날과 시간을 물어본답니다.^^;

 

 

 

위의 캡쳐는 연말 파티 인터넷 초대장 RSVP입니다.

음식 알레르기 있는 사람을 체크하기 위해서도 있어요. 하지만 미국은, 특히 캘리포니아는, 개개인에 따라 추구하는 식단이 일반식(?)과는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비건이나 베지테리안, 혹은 유제품을 제한하는 식단) 꼭 물어보는 것도 있어요. 본인이 이러이러한 것을 안 먹는다고 해도 전혀 까탈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유를 물어보는 사람도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몇 년에 걸쳐 이러한 문화에 길들여진지라, “짜장면으로 통일! 아메리카노로 통일!” 이런 것들에 다시 적응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인식의 차이: 당연함 VS 진상

현재의 저는 어디를 가도 당연하다는 듯이 가능한 옵션을 물어보고 내가 원하는 옵션으로 딱 맞추려고 노력하죠.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데 최대한 만족해야 하니까?!

 

이제는 아시아 국가에 놀러 가면 이런 문화가 당연하게 자리잡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자잘한 요청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진상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도 조심하고 있지요. 

미국에서는 ‘알아서 해줘’라고 했을 때, 직원들 동공 지진하는 것을 종종 봤거든요(대체 왜 나한테 선택권을 주는 거지? 이런 느낌..ㅎㅎ). 이렇게나 다르답니다.

 

최근에 한국 갔을 땐,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 말고는 우유 옵션을 바꾸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더군요. 개인 커피숍에서 라떼 시키면서 우유 종류 바꿔달라고 했다가 이상한 눈초리 받음 ㅠㅠ

사실 제가 요즘 카페인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어서 가는 카페마다 디카페인 옵션이 있냐고 물어보면서 1/2 디카페인, 1/3 디카페인 이런 식으로 주문하는데, 미국에서 아직까지는 한 번도 안 되는 곳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노란 치즈류(체다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샌드위치를 먹을 때나 치즈가 들어간 음식을 시킬 때 항상 스위스치즈로 변경하고요.

 

적응되면 아주 편한 커스터마이징 문화인 것 같아요! 한국도 방문할 때마다 점점 변화하는 게 느껴지는데 빨리 이런 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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