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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미국 회사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 문화

ghostrabbit 2023. 12. 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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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자율적으로 먹고싶을 때 먹으면 된다.

출퇴근 시간이 칼같지 않듯이, 점심시간도 칼같이 한 시간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냥 점심시간 즈음쯤(이때가 보통 다들 배고픈 시간이니까 ㅎㅎ) 혼자 조용히 먹으러 나가는 사람도 있고,

혹시 아침을 거하게 먹어서 배가 안 고프면 좀 더 나중에 먹는 경우도 있겠고, 바빠서 간단히 때우고 싶은 경우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 먹기 간편한 타입의 음식을 본인 책상에서, 모니터 앞에서 먹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하죠.

 

저희 회사는 샐러리 받는 직원 기준,월 - 금, 주 5일 근무, 하루 8시간 근무입니다.

기준은 9am부터 5pm까지 근무이므로, 시간을 따져보면 결과적으로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고 7시간 근무인거죠. 그래서 혹시나 점심시간을 짧게 가지거나 해도 별로 억울하진 않아요. 자율성이라는게 양날의 검인데, 점심시간이 딱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12시에 사무실 불이 다 꺼지고 모두가 동시에 업무를 중단하는게 아니므로) 본인의 업무 사정상 점심을 먹을 여력이 안 되면 오후 3시가 넘어서까지 점심 시간을 가기기 못할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저는 만약 1, 2시에 중요한 보고가 있는데 아직 준비를 다 못 끝냈거나 하는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은 조금이라도 바람 쐴 겸 앉은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편입니다. 꼭 밖에 나가 식당에 앉아서 먹지 않더라도 투고 해오며 바람이라도 쐬려고 해요. 

 

 

 

도시락을 싸오든, 혼자 나가서 먹든, 굶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같은 팀이라고, 내 바로 옆에 앉아있다 해서 반드시 점심을 같이 먹어야하는건 아니에요.

사람마다 다른데, 집중해서 빨리 일을 끝내고 한 시간이라도 먼저 퇴근하고 싶거나, 사람들과 마주보고 밥을 같이 먹는 것 자체가 기 빨리고 시간이 낭비라 생각되면 혼자 먹을 수도 있지요. 혼자 책상에서 먹는다고, 혹은 회사 브레이크 룸에 혼자 앉아서 먹는다 해서 절!대!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 혼자먹니? 우리랑 같이 먹자”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어요 ㅎㅎ

 

개인주의자인 저는 밥을 꼭 같이 안 먹어도 된다는 사실이 굉장히 좋았어요.

제가 낮은 직급일 땐, 선임이나 팀장님과 함께 항상 밥을 먹는게 늘 편하지만은 않았는데, 이제 연차가 좀 쌓이고 제가 사람을 매니징하는 직급이 되다보니, 선임 입장에서 후임과 밥을 같이 먹는게 그리 편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점심 시간에라도 혼자 좀 있고싶은..? 물론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 좋아요.

 

그렇지만 또 그렇게 개인 플레이만 하는 건 아니예요!

저희 팀은 다들 근속 연수도 길고, 나름 친해서 내가 음식을 투고하러 나갈 때, 나 여기여기 식당에서 테이크아웃해서 먹을건데 혹시 먹을사람? 온라인으로 개별 주문 넣거나 나한테 돈 보내주면 내가 투고 해줄게! 이렇게 나이스하게 물어보곤 합니다. 같이 투고하러 나가기도 하구요. 물론 배달을 시켜서 회사 정문에서 음식을 받아도 되지만, 오래 걸리기도 하고 배달비에 팁까지 하면 너무 비싸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바람쐬러! 저는 직접 투고하러 가는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나가지 않고 회사 안에서 먹는 날이면 브레이크룸이나 패티오(테라스)에서 먹습니다. 보통 브레이크룸(키친)에는 그릇, 식기류, 컵 포함하여 커피머신과 음료, 간식거리들이 구비되어있어요. 이 곳에 있는 식기류를 썼으면 대충 헹궈서 싱크 안에 넣어두면 청소하시는 분이 식기세척기를 하루에 두 번 정도 돌립니다. 물론 저는 이마저도 귀찮아서 항상 일회용 용기를 쓰지만요.

 

 

Before Covid - 재택근무 안하던 시절 (주 5일 근무)

코로나 전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요 - 저도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시절.. 이 있었습니다.

재택근무는 옵션에도 없었던 우리 회사. 2020년 3월 초, 어느 날 갑자기 짐싸들고 집에 가는것을 시작으로 아무런 예고 없이 재택 근무제를 시작하게 되었고, 하염없이 기간이 늘어나다가 결국 약 3년이라는 기간동안 집에서 일하게 되었지요. 대학 졸업 후 쭉 직장인으로만 살아온 저로서는, 재택근무는 저의 꿈과도 같았어요 ㅎㅎ 물론 시기가 시기인지라 집에만 쳐박혀 아무데도 못 나가는 상황이 우울하기도 했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나갈 준비 하고, 옷 뭐 입을지 고민하고, 운전해서 출근하는 시간이 절약되는것이 저에겐 너무나도 큰 장점이었답니다.

 

지금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주 2-3일은 오피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는 시스템이에요! 요즘들어 항상 점심을 사 먹는 이유가 있지요.. 집에서 편하게 일하다가 사무실 출근하면 우울하니까 뭐라도 맛있는거! 남이 해주는 음식 먹고싶은 우리 직장인의 마음!

 

So, 그래서 점심 시간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주 5일 근무하던 시절에는, 솔직히 5일 내내 사먹기 부담스럽잖아요. 한국처럼 건물 밖으로만 나가면 걸어가는 거리에 음식 옵션들이 되게 많은 것도 아니라 어딜 가려면 꼭 차로 운전해서 가야하고, 가격도 부담되고 등등..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물론 저도 그랬구요.

이 때는, 일 주일에 두 번 저희 회사와 전속 계약한 출장 요리사분이 하루 전 날 주문을 받아 다음날 점심시간에 배송해줬는데 이게 밖에서 사 먹는거에 비해 굉장히 맛있고 가성비도 좋아서 이 분이 오시는 날은(저희는 이 분은 ‘lunch lady’라고 불렀어요) 항상 주문해서 먹었어요.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는것도 참 에너지 소모되는 일인데 전 날 미리 주문해뒀다는 사실이 좋았지요. 

나머지 날들은 미리 밀프랩 해 둔 점심 도시락을 가져와서 회사의 브레이크룸이나 패티오에 나가 친한 사람들과 함께, 혹은 혼자 먹었어요.

 

회사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도 있겠고, 제가 이직하기 전 다녔던 회사는 금요일마다 케이터링으로 점심식사를 제공해줬어요. 회사마다 다르겠지요. 하지만 동일한 건, 점심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팀이 우르르 나가 다 같이 밥을 먹지 않는다 인 것 같아요 :)

함께 밥 먹으며 수다 떨며 에너지를 얻는 성향을 가진 사람에겐 어쩌면 외로울 수 있는 문화인 것 같아요.

 

미국의 중소기업에서 3년, 대기업에서 4년 째 근무한 저희 경험을 토대로 생각을 공유해 보았는데요, 쓰다보니 다른 회사 점심 식사 문화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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