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생활

[미국 회사] 복장 규정, 미국 언니들의 외모 투자

ghostrabbit 2023. 12. 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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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쭈욱 여초 직장에서 일해오고 있습니다.

한국 화장품 회사 3년, 미국 화장품 회사를 약 4년 정도 다닌 저에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점이 있습니다.

바로 미의 기준의 차이와, 꾸미는데 돈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서로 다르다는 거였어요.

 

 

 

복장 규정 없는 우리 회사의 암묵적인 룰

 

(암묵적으로) 안 되는 것: 후줄근해보이는 옷차림. 무조건 후드티와 츄리닝이 안된다는 건 아니예요. 이걸 센스 입게 입어서 패션으로 소화하는 것 vs 정말 집에서 자다 일어나서 그냥 나온 신경 안 쓴 것처럼 보이는 룩은 분명 차이가 있겠지요?

 

(암묵적으로) 되는것: 그 옷 입고 바로 나이트클럽에 가도 될 법한 수위의 드레스(예를 들면 속옷 위에 망사로 된 셔츠). 예쁘고 그게 패션으로 보이면 괜찮아요!

 

우리 회사 - 그냥 보통의 날

 

티셔츠에 청바지부터, 샤랄라한 원피스까지 - 정말 옷차람이 다양하지요?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희 회사 여자 직원들이 '꾸미는데 정말 돈을 많이 투자한다' 싶은 것들을 적어볼게요.

 

 

염색

우리가 금발 미녀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이게 한국에서만 쓰이는 선입견이 담긴 말이 아니었어요. 미국에서도 금발에 파란 눈의 여성을 굉장히 아름답게 봅니다. 백인이라고 다 금발이 아닌 건 다들 아시죠? 그렇지만 아시아인의 모발보다는 더 연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가장 흔한 머리 색이, 갈색과 금색 그 중간 어딘가인데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금발로 염색을 합니다. 염색 없이 금발을 가진 여자들은 금발 부심?이 있는 것 같았구요.

그리고 염색을 한 금발을 유지하려면 계속 뿌리 염색도 해 주어야 하는데요. 이게 돈이 만만치 않죠. 그래서 항상 염색하고 다니는 동료들한테 물어보니, 일반 미용실에 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하기 위해 출장 헤어 디자이너를 집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어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그 헤어 디자이너가 본인의 모질도 잘 알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고, 비용도 헤어샵에 갔을 때보다 더 저렴해진다고 해요.

 

 

네일 아트

와 이거 진짜 돈 많이 씁니다. 심지어 쌩얼로 밖에 나가는 것보다 맨 손톱으로 밖에 나가는 것을 더 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정말 많을 정도로.. (저희 회사 기준입니다! 여초 화장품 회사)

한국도 물론 네일아트 많이 하는 거 알아요. 근데 여기는 어나더 레벨입니다. 정말 화려하게, 그리고 길게 손톱을 익스텐션 해서 멀리서 봐도 손톱이 블링블링 보일 정도로 많이들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맨 손톱인 날은 괜히 회의실에서 손을 잘 못 펴겠어요……흑흑

 

 

 

속눈썹 연장

이것은.. 거의 필수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눈도 크고 속눈썹도 풍성해서 그렇게 커튼처럼 속눈썹을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다들 하더라구요. 속눈썹 연장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엔, 매번 외출할 때마다 인조 속눈썹을 붙입니다.

저도 파티가 있거나 한껏 꾸며야 하는 날에 속눈썹을 가끔(1년에 두 번) 붙이는데, 스킬이 없어서 되게 오래 걸리거든요. 매일 속눈썹을 붙이고 오는 직장 동료에게 안 귀찮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손에 익어서 그냥 화장하면서 붙이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속눈썹을 붙이지 않고서는 절대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어요.

 

한국은 자연스럽게 속눈썹 펌을 하거나, 속눈썹 연장을 하더라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눈을 깜빡거리면 커튼을 내렸다 올린 것 같은 인형 속눈썹처럼 보이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보톡스

나이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30대에 접어들면, 혹은 20대 후반부터  보톡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한국은 워낙 이런 뷰티 시술이 발달되어 있고 다들 무언가는 하는 것에 비해 백인들은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나누어 보면 특정 나이가 되면 보톡스는 필수로 맞는 분위기였어요. 회의 중에 캐주얼하게 "나 어제 보톡스 맞아서 이마 근육이 약간 이상해 보일 거야~"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태닝

여름이 되면 그렇게도 스프레이 태닝을 하러 다니더라구요. 휴가철인데 피부가 하나도 안 타서 너무 뽀얗게 있으면 건강미가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여자도 그렇지만 특히 남자들은 해변에서 하얀 피부로 돌아다니면 짓궂게 놀리기도 해요^^;

그리고, 피부를 좀 그을려야 '나 휴가 좀 다녀왔어~' 이런 바이브로 부내 나 보이는 느낌을 준다나.

 

동양인들은 피부가 조금이라도 하얘지려고 그렇게 화이트닝에 신경을 쓰고 화이트닝 제품에 돈을 쓰는데..

역시 사람은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 좇는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곳에 돈을 많이 쓰고 어디에서 덜 쓰나

의외로 옷이나 특히 브랜드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한국에 근무할 때 주위를 보면, 꼭 명품으로 도배하지 않더라도 가방, 스카프, 벨트 등 명품 아이템을 한 두 개쯤 필수로 다들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봤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물론 패션에 관심 많은 친구들, 옷을 정말 화려하게 혹은 센스 있게 잘 입는 사람들이 있지만 꼭 유명한 브랜드 아이템을 구비하기보다는, 옷을 thrift store(구제샵이라 번역해야 하나요?)에서 여러 벌 장만해서 믹스 앤 매치를 잘하는 편입니다.

 

물론 명품으로 도배한 룩으로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요, CEO나 상무급, 보통 높은 직급의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 정도 연봉 받으며 돈 잘 벌면 그 소비 수준에 맞는 가격의 옷들을 사는 느낌?

편하게 프라다 티셔츠 한 장 살 수 없는 연봉을 버는 상태에서 다른 거에서 알음알음 아껴서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회사 분위기마다 다르다는 점

마무리하며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이 글은 정말 저의 개인적인 경험, 저희 회사 한정이라는 점입니다.

 

저희 회사는 복장 규정이 없습니다. 아, 이 글을 쓰기 전에 회사 규정 PDF 파일을 한번 검토해 보니 하나 있었어요. 쪼리 금지.

그리고 분위기는... 팀마다 다르긴 한데, 저희 팀은 다들 빡세게 꾸미고 오는 분위기예요 ㅠ_ㅠ 그래서 좀 피곤하다는..

 

옷을 센스있게 입거나 손톱이 예쁘면 미팅이나 발표 중에 VP(부사장)에게 칭찬을 받기도 하고, 괜히 후줄근하게 가면 나만 너무 튀는 것 같고 해서 아무도 뭐라 하진 않지만 나름 화려하진 않더라도 예쁘고 센스있게(?) 꾸미고 가려 하는 편입니다.

맨날 캡모자에 후드티 입고 출근하는 회사에 다니는 제 친구가 어느 날 저의 출근룩을 보더니, 본인이 그런 차림으로 회사에 나가면 다들 오늘 저녁에 파티나 데이트라도 있냐고 폭풍 질문 할 거라고 그랬어요 ㅋㅋ

 

좀 귀찮긴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사무실 나가는 건데 뭐 이 정도야 기분 좋은 외출이라 생각하고 꼬까옷 입고 나들이 갈 수 있지!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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