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누군가 어떤 게 가장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단연, 두통이라 대답할 것이다.
입덧도 있었지만, 나는 소위 침만 삼켜도 토한다는 '토덧'이 아니어서 그런지 괴롭긴 했지만 편두통만큼은 아니었다.
대부분 임신성 두통은 보통 임신 초기에 나타난다는데 나는 임신 초기부터 중기까지 쭈욱- 두통이 있어서 너무너무 괴로웠다.
날마다 강도는 달랐지만 두통이 거의 매일 있었는데, 임신 6주 차부터 20주까지 주 7일에 5일 정도는 두통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입덧 증상과 함께일 때는 그야말로 심한 숙취증상이 나를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고, 두통의 강도는 달랐지만 심하지 않은 날도 항상 은은한 두통 증상과 함께 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두통이 없으면 좋아할 정도였다.
술 한방울 안 마셨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는 숙취를 달고 사는 듯한 느낌이라 하면 아시려나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괴로웠다. 다른 곳이 아프면 잠들려고 노력하면 되는데 머리가 아픈 건 눈을 감아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뭘 해도 아픈지라 손 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괴로웠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날이 지속되자 나는 편두통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고통받는 산모가 또 있을까 싶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나의 경험담을 써 본다.
임신성 두통의 종류, 원인 (긴장성 두통 / 편두통)
임신 중 급격한 호르면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성 두통은 머리 양 골을 조이는 듯한 느낌이나 뒷덜미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보편적인 증상이며, 대부분 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잘 완화된다.
편두통은 머리 한쪽 부위에서 강한 박동성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임산부가 입덧 등의 이유로 영양 섭취가 부족하게 될 경우 체내 혈당이 낮아짐 -> 뇌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부족 -> 혈관 자극 -> 혈액이 빨리 흐름 -> 혈관 주변의 말초신경 자극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나의 경우 편두통이었다.
그 밖의 원인
스트레스
그 밖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인데, 괜히 병원 가면 의사들이 "스트레스 조절하도록 노력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 정도로 연관성이 크다. 만성 두통인으로서,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옴을 경험한 나는 최대한 긴장을 풀고 마음을 가볍게 먹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임신 중에는 신체의 변화나 출산의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분비 등으로 두통이 흔히 발생한다고들 한다.
안 좋은 자세
임신을 하면 가슴과 복부 무게의 증가로 자세가 불안정해져 허리뿐 아니라 목 근육에 힘을 많이 주게 되어 근육 수축이나 긴장이 두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것은 임산부가 아니더라도 평소 안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목이 경직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된다.
진통제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되는 약 / 먹어도 되는 약)
애드빌
임신 전에도 두통이 잦았던 나는(특히 생리 전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경우) 나름 나만의 해결법이 있었다.
진통제를 많이 먹는다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Advil이 정말 직빵이었다.
나의 경우 타이레놀 등 다른 진통제는 별 효과를 못 봤고 이부프로펜(아이비프로핀, Ibuprofen) 계열, 태블릿 형 말고 캡슐형이 가장 빠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임신 중이 아닌데 편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애드빌을 먹어보자.
타이레놀 (비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임산부는 경구약도 함부로 먹을 수 없기에 나는 갖가지 자연적인 방법들을 시도해야 했다. 참거나, 참거나, 또 참거나....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하는 날 바라보며 남편은 타이레놀(하루 4000mg 이하라면 임산부가 복용하기에 안전하다고 검증된 진통제)이라도 먹으라 했지만, 만성 두통인인 나는 타이레놀은 내 두통에 효과가 그다지 없음을 알기에 괜히 임신 중에 찜찜한 기분을 안고 타이레놀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타이레놀은 보통 긴장성 두통(비교적 경미한 두통)에만 효과가 있고, 편두통에는 소용이 없다.
일시적인 완화에 도움이 되었던 것 들 (나의 고군분투)
아로마 오일
편두통을 달고 사는 코워커에게 추천받은 건데, 롤온(roll-on) 타입의 아로마오일을 헤어라인을 따라 쭈욱 굴려가며 귀 뒤를 거쳐 목 뒤까지 발라주는 것이다. 나도 두통이 있을 때마다 아로마 오일을 바르긴 했으나 지압점을 자극하는 느낌으로 스팟을 꾹 꾹 눌렀는데 이렇게 오일을 떡칠(?)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뒷골에서부터 싸-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게 두통 완화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좋은 아로마 오일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5-10불 정도 하는 오일을 사면 향만 강하고 효과는 별로 보지 못했다.
추천할 만한 아로마 오일 브랜드는 YOUNG LIVING과 Saje이다. 모두 아로마오일 덕후들에게 추천받았고, 나도 사용 중임!
Young Living: https://www.youngliving.com/us/en/
Saje: https://www.saje.com
내가 가장 애정하는 제품은 Saje의 페퍼민트 할로 롤온 오일이다. 나는 스타터 키트를 구매해 7개의 향을 사용해 보았는데, 그중 페퍼민트가 가장 좋았고 추천한다. 사실 나는 롤온 제품 이외에도 룸 스프레이, 핸드워시, 핸드크림 등 이것저것 엄청 사서 사용 중이다^^;;; 대부분 요가 수련원이나 비싼 스파에서 날 법한 향들이다. 이런 사원 향 좋아한다면 강추!
이런 식으로 관자놀이에서부터 시작해서 목 뒤까지 쭉 롤온 해보자. 처음에 구매할 땐 롤온 하나치곤 가격이 좀 세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너무 만족하며 사용 중이다. 몇 달 전 발리에서 사 와서 잘 쓰고 있던 롤온 아로마오일을 이것을 산 후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비교하니 향이 너무 구려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이건 내가 구매한 Head Soother라고 불리는 $50짜리 두통 완화 키트인데, 왼쪽에 있는 원드는 뚜껑을 열면 형광펜?처럼 생겼는데 그곳을 누르면 오일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지압하고 싶은 곳에 그 팁을 대고 딸깍 누르면 지압과 동시에 오일이 나오는데 롤온타입으로 누르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다. 맨 오른쪽의 하얗고 둥근. 아이는 Peppermint Halo라고 불리는 Inhaler이다. 두통이 있거나 릴렉스하고 싶을 때, 한쪽 코로 크게 들이쉬면 싸한 페퍼민트 향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코로 들어와 내 머릿속을 한번 휙 훑고 지나가는 느낌. 정말 아로마 오일의 힘을 빌려 두통을 날려버리고 싶다면 나는 이 키트를 강력 추천한다!
https://www.saje.com/products/head-soother-oil-blend-inhaler-kit
지압 (손으로, 혹은 도구로)
일시적인 완화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관자놀이부터 시작해 뒤통수까지 꾸욱 눌러 지압해 주는 것이다. 남편의 큰 손으로 꾹꾹 눌러주는 것이 면적이 좁은 지압봉 등으로 지압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다. 머리통을 사방에서 꾸욱 누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치 점점 조여 오는 헬멧을 쓰고 있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옆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 도구의 활용하는 것이 좋은데 나의 경우 괄사로 머리를 사정없이 마사지해 주는 게 굉장히 시원하면서도 두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https://notdam.com/product/방짜유기-하트-괄사-마사지기저고리-증정/465/category/69/display/1/
나는 놋담 괄사를 사용하다 마음에 들어서 빗 모양 괄사까지 구매했는데(두피 마사지에 진심인 편) 대만족 중!
쓰다 보니 뭘 이렇게 많이 샀나 싶지만, 다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과 잠
이것은 가벼운 두통일 경우에 해당. 심한 두통이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눈을 감고 있어도, 가만히 앉아있어도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통이 살짝 있을 때 바로 낮잠을 자면 일어나면 괜찮아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긴장과 두통은 연관성이 큰 게 분명하다. 쉽지 않겠지만,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려 노력해 보자. 이 때, 집안 조명의 조도를 낮추는것이 도움이 된다. 밤에 잘 때의 절대적인 수면 양도 상당히 중요한 것을 명심하자.
가벼운 운동
가벼운 두통일 경우, 잠시 밖에 나가 걸으며 바람을 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통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밖에 나가보자!
또한, 가벼운 요가를 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긴장 완화를 위한 요가 동작들을 따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 섭취
비타민 B2가 부족하면 편두통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하루 400mg 정도 복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먹고 있는 Parental Multi Vitamin(임산부용 종합비타민)의 비타민 B2 함량을 고려해서 섭취했다.
편두통에 안 좋은 음식과 좋은 음식
대표적으로 두통에 좋지 않은 음식은 초콜릿, 레드와인인데 이건 임산부인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었고, 소시지나 베이컨 등 가공육도 좋지 않다고 했다. 어차피 임산부에게 안 좋은 음식군으로 분류되는지라 별로 섭취하지는 않고 있었다.
영양분을 제 때 공급해주는것도 중요한데, 식사 시간을 정해두고 끼니를 챙겨먹어보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온라인상의 조언대로, 두통이 있을 때마다 그전에 8-12시간 동안 내가 먹었던 음식을 쭉 기록해 보며 어떤 음식이 내게 두통을 유발하는지 트래킹 해보았지만, 별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내가 알게 된 건 많은 양의 수분 섭취를 했을 때 두통이 좀 준다는 사실.
산부인과 담당 의사와의 상담
막 임신 중기에 접어든 13주 차, 정기 검진을 하러 산부인과에 갔다. 목투명대 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소견을 듣고 의사 선생님께 불편한 증상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me: 두통이 너무 심하다
Dr: 물 많이 마시도록 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이면 타이레놀을 먹어 보라.
me: 타이레놀이 듣지 않는다.
Dr: 그럼 카페인을 섭취해 보아라. 커피가 보통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임신 전에 커피를 마셨었는가?
나: 매일 빠지지 않고 한두 잔씩 마셨다.
Dr: 그렇다면 커피 금단 증상과 더해져 두통이 더 심한 것일 수 있다.
나: 커피 하루에 한 잔 진짜 괜찮나?
Dr: 한 잔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200mg을 넘기지는 마라.
시중에 파는 많은 두통약들에 카페인이 함유된 경우를 많이 본 나는, 카페인이 두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임신 중에 마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괴롭고 지긋지긋한 두통을 없애준다면(그리고 내 담당의가 괜찮다고 컨펌했으니까!!) 마실 의향이 100% 있었다.
카페인 섭취?
이 전까지는 임신해서 카페인 끊는다고 매일같이 마시던 커피를 끊었었다. 사실 가끔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지만 임신 초기이기도 해서 조심한다고 안 마셨었는데, 의사 진료 후 집 가는 길,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스타벅스에서 임신 전 매일같이 마시던 오츠라떼를 시켰다. 나름 디카페인 1/2로..ㅋㅋㅋ
이 날은 두통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쭈욱- 소량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 두통에서 벗어난 지 몇 주가 지났다.
두통 없는 삶이 이렇게나 행복할 줄이야 ㅠㅠ
혹시 두통 때문에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봤는데, 커피를 원래 안 마시거나 못 마시는 사람일 경우, 이 음료를 추천한다.
커피를 안 마시는 만성 두통인에게 추천받은, 카페인이 들어있는 건강한(?) 음료 Zevia
지금은 카페인 때문인지, 시간이 흘러서인지, 날 괴롭히던 편두통 증상이 사라졌지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두통 때문에 괴로워 반나절을 눈물을 흘리며 소파에 널부러져 괴로워했던 나날들.. (내가 이전에 아프다는 이유로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결론은 카페인 금단 현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임산부두통 등 통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엄마가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하고 태아에게도 그것이 전해지리라.. 합리화해본다.
나처럼 임신 중 지속되는 편두통으로 고민하는 산모가 있다면 카페인 섭취를 고려해 보는 것을 살짝 추천해 본다. 하지만, 카페인이 태아에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꼭 인지하도록 하고 담당의에게 먼저 상담을 해보도록 하자. 어지럼증이나 구토가 동반되면 빈혈이나 고혈압을 위심해 봐야하며, 임신 후기의 두통은 임신 중독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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