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는 것을 안 직후 우리 부부가 시작한 고민 - 미국에서 자라게 될 한국인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나와 남편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성인이 된 후 미국에 이민 온 케이스이지만, 우리의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날 미국 시민권자이며, 동시에 한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이중국적자가 될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는 미국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이름을 '미국인처럼' 지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한국 이름을 따로 지을까 말까? 한국인의 정체성?
우리 부부는 영어 이름 따로, 한글 이름 따로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곳에는 middle name 없이, 어떤 곳에는 middle name과 함께, 어떤 곳에는 middle name을 이니셜만으로만 적는 경우가 분명 생길 것이고, 나중에 굉장한 혼란을 초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미국은 서류, 공문서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혼란이 와 실수라도 한다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
그리고 나의 좁은 인간관계에서 만난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 교포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한국 이름이 있어도 어차피 조부모님 만날 때 말고는 거의 안 쓰게 되고, middle name 있는 거 자체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심플하게 영어이름 + 한국 성으로 짓기로 결정. 한국인의 정체성은 Last name에서도 드러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K-문화의 성행으로 한국 이름을 미국에서 쓰는 것이 더 유니크하고 메리트일 수 있겠다 생각을 했으나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고, 백인이 주류인 미국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이름은 무조건 쉬운 발음,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다.
이것은 튀기 싫어하는 i 성향인 내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스타벅스 이름?
또한, 1.5세 친구들 중에 본인의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서류상으로도 한국 이름을 유지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보면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예약, 주문할 때 이름이 필요한 경우 쓰는 쉬운 영어이름이 따로 있다.
스타벅스에서 주문하며 점원이 이름 뭐냐고 물었을 때, '세령' 이런 이름 말하면 직원의 동공지진.. 을 볼 수 있다. 이럴 때마다 나의 이름 발음을 매번 설명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민자 친구들을 보면 소위 '스타벅스 이름'이 따로 있다.
우리가 영어 이름을 선택한 이유
물론 매일 보는 사이, 또는 친분이 있는 사이면 여러 번 물어보고 연습을 통해 생소한 한글 이름도 제법 잘 발음하게 되지만, 절대 한국사람이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내 이름과 비슷한 그 무엇으로 불리는데 내 이름이 아닌 느낌?
예를 들면 이름이 지원인데,
'쥐원', '디원', 'Zee원' 이런 식..
지원이면 꽤 쉬운 발음의 이름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절대 한국인이 하는 것 같은 발음의 이름으로 불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처음에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다가 차라리 이니셜로 불리거나 다른 쉬운 영어이름 닉네임을 정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영어이름으로 지내고 있고, 나는 만족한다.
몇 년 동안 함께 일한 직장 동료들은 나의 한국 이름도 알고, 발음도 제법 잘한다. ㅎㅎ
미국에서 한글이름으로 산다는 것:
미국에서 한글이름으로 산다는 것
미국에서 살며 한국 이름을 쓴다는 것은 불편한 일도 불리한 일도 많다. 일단은 사람들의 이름체계에 없는 이름이다 보니 한번 듣고는 이름을 기억을 못해서, 학회 같이 여러 사람을 만나야
sodabang.wordpress.com
정말 공감 갔던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_ID4KILxYco
영어 이름 짓기 - 이름이 주는 느낌, 쉬운 발음
이런 말 하기 조금 이상하지만, 너무 백인스러운 영어 이름은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누가 봐도 검은 머리 아시안인데 이름이 Jerrod, Dominic 이런 거면 너무 오글거린달까.. 이것은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미국에 조금 살았던 분들은 알겠지만, 동양인들이 유독 많이 하는 이름들이 있다.
다니엘, 좐, 제임스... 무난하고, 이민자가 선택해도 그렇게 위화감 들지 않는 이름들이다. 처음에는 왜 다들 저렇게 흔한 이름으로 지었지 싶었는데 내가 막상 이름을 짓는 입장이 되어보니 왜 이런 이름들로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한국에도 이름의 유행이나, 어감이 있듯이 미국에서도 그런 것을 아예 고려를 안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18살의 백인 여자아이의 이름이 '복희', '순자' 같은 거라면 이상하듯이.
물론 '외국인이니까 저렇게 지었겠지.'라고 대부분 넘기겠지만, 우리 아들에게 그런 물음표를 던져주고 싶지 않은 어미의 마음이랄까.
그리고 중요한 것! 토종 한국인인 엄마 아빠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은 패스해야 한다.
자식의 이름을 완벽히 발음하지 못하면 안 되지 않는가! 그리고 조부모님도 고려해야 하니까.
그래서, 영어이름이지만 발음이 쉬운, 한국 이름으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는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아졌다.
이래서 요즘 미국 사는 한국 아이들 이름이 다 거기서 거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번외.
우리는 사실, 이름을 외자인 '준'으로 하고 싶었고 거의 마음속으로 결정까지 했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름 후보를 공유하고 나서, June은 흔한 여자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준은 한국 이름으로서는 남성적이고 멋있는 느낌의 이름이고, 외국인 이름이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밀어붙이려 했지만
굳이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아이에게 이름으로 '특이점'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흔히 쓰는 이름이지만 한국말로도 발음이 쉽고, 한국 여권으로도 비슷하게 쓸 수 있는 이름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글이름 영어이름 그 사이.. 영어 이름을 잘 발음하면 한글 이름이 되는 매직
남/녀 구분 없이 가나다 순으로 적어보았다.
가비 Gabby
가희 Kaylee
나나 Nana
노아 Noah
다나 Dana
로이 Roy
로건 Logan
리암 Liam
리아 Liah
리지 Lizzie
리나 Lina
리사 Lisa
린지 Lindsey
말희 Mari
미나 Mina
민아 Mina
민희 Minnie
미아 Mia
사나 Sana
새라/사라 Sarah
새미 Sammy
선희 Sunny
설리 Sully / Shirley
세미 Sammy
세라 Sarah
세리 Serry
세린 Celine
수지 Susie
숙희 Suki
시아 Sia
시안 Sean
시언 Sean
아인 Ain
아론 Aaron
안나 Anna
예린 Erin
예미 Amy
유나 Yuna/Yoona
유리 Yuri
유미 Yumi
유진 Eugene
윤아 Yuna
이든 Ethan
이안 Ian
재인 Jane / Zane
재익 Jake
재희 Jay
제시 Jessie
제인 Jane / Zane
제니 Jenny
조안 Joan
주리 Julie
주안 John
주언 John
주은 June
지나 Gina
지니 Jeannie
지미 Jimmy
진 Jean / Gene
진아 Gina
진희 Jeannie
철수 Charles
태오 Theo
하나 Hana
한나 Hannah
해나 Hannah
혜나 Hannah
해리 Harry
혜리 Harry
일부 출처: 마일모아
남자아이 미국/한국 이름 짓기 .. 여권 이름 통일:
https://www.milemoa.com/bbs/board/10627480
남자아이 미국/한국 이름 짓기 .. 여권 이름 통일 - 마일모아 게시판
안녕하세요 요새 둘째가! 축복으로 생겨서 마냥 기뻐하던 차에 최근에 성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아이가 딸이어서 둘째는 딸이든 아들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네요!! ㅎㅎ 아직 6개
www.milemoa.com
미국에서 자랄 한국 아이 이름:
Topic: 미국에서 자랄 한국 아이 이름 | WorkingUS.com
내년에 애기가 태어날 예정이라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중 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십년 가까이 한글 이름을 계속 써왔는데 불편함이 없어서 한국 이름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요, 아이
www.workingus.com
생각보다 획기적인 발음 변환 가능한 이름들이 있었고 괜찮은데?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봐도, 남자아이보다 여자 아이 이름 옵션이 훨씬 많은 것 같긴 하다..
우리가 결국 선택한 이름, 후기(?)
우리는 고민 끝에 아들 이름을 Ian으로 지었는데, 성도 굉장히 흔한지라 미들네임을 넣어야 할지 아이가 태어난 직후까지 고민을 했다. 미국은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대신 진행해 주는데, 우리가 고민하느라 서류 제출을 미루니까 계속 재촉받음😂
사실 Ian은 발음이 쉬운 이름은 아니다. 그래서 남편과 나도 항상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애쓴다. 한국 사람처럼 발음하면 못 알아들음 주의.
너무 흔한 이름이라 고민하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잘 쓰고 있고 아직 유치원 등에서 동명이인을 만난 적은 없다^^;
그리고 스펠링이 적어 병원 등에서 서류 작성할 때 적을 것이 적고, 혹은 전화상으로 이름 스펠링 불러줄 때 편하다는 소소한 장점이 있다.
지금 이안이가 데이케어에 다니고 있는데,
드랍이나 픽업하러 갈 때 항상 리셉션에 앉아있는 디렉터님이
"Hi~ Ian~" 인사해 주시는데,
만약 이름이 예를 들어 '승환' 같은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거였다면, 괜히 틀리게 발음하면 무례한 것이 될 수 있어서 디렉터님을 포함한 선생님들이 아이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기에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이름으로 한국 방문해서 출생신고도 완료하고 여권도 발급받았다. 이름이 깔끔해서 아주 마음에 든다.
물론나중에 아들이 본인의 이름이 너무 흔하다고 유니크한 이름을 갖고 싶다 하면 개명하라고 하지 뭐,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이름 짓기 대장정(?)을 공유해 보았다. 해외 거주중인 한국인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다시 들어와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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