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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완전한 야행성 인간에서_morning ritual

ghostrabbit 2018. 9. 2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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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째, 아침 일찍일어나기를 실천하고있다. 정착하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서 운동 후 샤워하고 산뜻한 마음가짐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찬 느낌인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다.

회사가 7시 시작이라 아무리 늦어도 6시 40분에는 일어났어야 했는데, 와 정말 아침마다 전쟁이었고 하루라도 아침이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다. 회사가 주는 스트레스를 10이라 한다면 그 중 9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거였다. 그정도로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싫었다.

출근하던 시절, 자정(12시)가 되기 전에 잠드는 일이 절대 없었고 항상 새벽 2시에 자서 6시30분 쯤 일어나니 하루에 잠을 4시간 쯤 자는거다. 그러니 주말에 몰아서 자게되고 오후 2시에 일어나는것이 다반사였다. 보통 사람들은 평일날 직장때문에 일찍 일어나면 주말에는 알람을 안맞춰놔도 그냥 새벽에 눈이 떠진다던데.. 나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불운한 일로(허리디스크) 회사를 쉬게 되고 나서 내가 가장 하고싶은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평일날 '늦잠자기'

특히 출근 안하게 된 첫 달에는 정말 원없이 늦잠을 잤다. 

질리도록 한 것 같다. 대학생때처럼 새벽 4시까지 컴퓨터하다가 다음날 알람없이 그냥 눈 뜨면 보통 오후 2시.

가끔 친구랑 점심 약속이 있으면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가기에 너무 빠듯해서 힘들 정도였고; 의사선생님이나 병원에서 전화가 올 일이 많았는데 오전에 전화가 오면 겨우 일어나서 이불속에서 통화를 하고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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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5개월을 쉬고있지만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것이 설레다가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나와 맞지 않는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먹먹하기만 했다.

이러다가 이제 뭔가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음,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다. 나는 직장에 다녀야하고 어쨌든 대부분의 직장은 아침에 시작하는데 아침마다 이렇게 괴롭게 일어나며 살고싶지 않아.

뭐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하는게 싫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찍 가는것 자체가 아니라 일어나자마자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씻고 준비하고 옷입고 헐레벌떡 가는거란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한 두시간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운동하고 씻고, 모닝커피도 한 잔 하고 책좀 읽다가 "아, 출근할 시간이네? " 하며 집을 나서면 오피스에서의 하루를 좀 더 웃으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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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계획 세우는걸 참 좋아한다. 예쁘게.. 표 만들고 알록달록. 8/10일부터 시작. 

AM7:30에 일어나는것으로 시작했다. 원래는 AM11:00에 평균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고싶진 않았다.

첫 날. 새벽 6시에 알람이 울렸고 난 snooze 버튼을 누르지 않고 한 번에 벌떡 일어나는것에 성공했다. (유튜브에서 실패담을 많이 본 결과, 절대 알람을 여러개 맞추어놓지 말고 한번에 일어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공원에 가서 조깅을 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 나 이제 이거 매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날 밤에 잠이 안와서 결국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은 6시 알람을 언제 껐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일어나보니 9시였다.  ㅠㅠ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다. 일주일동안 새벽 6시에 일어나다가도 하루만 마음 놓으면 바로 10시까지 늦잠자게되었고 또 자책. 반복.


어떤 날은 일찍 잠들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힘들게 참으며 낮잠도 안잤는데도 불구하고 밤 12시가 되기 전에는 절대 잠이 안오는거다. 

일주일 동안 새벽에 일어나다가도 하루 피곤해서 알람을 한 번 끄면 또 늦잠 자고...일어나서 자책하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었고. 처음에는 이틀에 한번씩 실패, 일주일에 한번, 이주에 한 번으로 실패하는 날이 줄더니

결국 아침 7시 30분에는 항상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실패해도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고 다음날 다시 일찍 일어나기를 했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힘든것은 일찍 일어나기보다는.. 일찍 잠자리에 들기였다. 워낙 새벽에 자는게 익숙해져있던터라 아직 12시가 안됐는데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눕는건 나에게 너무나도 생소했다.

바보같지만 나는 내가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에 못일어나는건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총 수면시간이 부족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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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달째인 8월달엔 평균 7:30AM에 일어났던 것 같다.

약 한달째가 되던 9/3부터는 6:30AM에 일어나게 되었고

이번주인 9/24부터는 5:30AM에 일어나게 되었다. 이제는 아무리 늦잠을 자도 8:00AM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실천한 지 한달 반 만에 내 목표대로 아침에 잘 일어나게 된 것이다.

밤 11시에는 잠 들 수 있게 되었고 (물론 9시나 10시에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나는게 이상적이지만 아직 과도기라 본다)

내 평소 습관이 워낙 아침형과 거리가 멀었어서 이렇게 오래 걸렸지만 보통 사람에겐 더 쉬울것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찬물로 세수하고 운동과 스트레칭 하는것이 익숙해졌다. 아침에 일찍일어나는 기분은 항상 최고다. 할일을 다 끝내고 시계를 봤는데 아직 오전 10시일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몰론 주말이라고 늦잠 자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지는 아침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주말 아침잠으로 이걸 포기할 수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새벽에 번쩍! 눈이 쉽게 떠지는건 아니다.

그 이른 시각에 알람을 끄고 눈을 떠서 침대에서 나오는것은 아직도 힘들다. 알람을 끌 때마다 ㅈㄴ짜증 ㅅㅂㅅㅂ 이러면서 겨우 일어나는거다. 그러나 일단!!!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열고나면 그 후로는 굉장히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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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에 회사 출근하는것이 두렵지 않다.

회사때문에 억지로 일찍일어나는것이 아니라

내가 일찍 일어나고싶어서 일어나는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오피스에 가기만 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을지 몰랐고, 정말 해내서 내 자신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2018년,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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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여태까지 내가 살아왔던 모든 슈퍼 야행성으로서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의 성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미 일어난 일에 있어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이렇게 과거의 생각에 갇혀 사는것이야말로 현재의 충만한 삶을 갉아먹는 아주 안좋은 생각들이다.

다시 2살때로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산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과 똑같은 선택들을 했을 것 같고,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다.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이 아침형 생활을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아침잠으로 낭비한 모든 시간들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생각들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나는 비로소 '아침잠, 늦잠'에 싫증이 나게 되었고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도전해 볼 수 있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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