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임신, 출산

겪기 전엔 모르는 임신 초기 증상 - 가장 불편한 점

ghostrabbit 2023. 12. 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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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신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주변 친구들의 임신과 출산 과정도 옆에서 들었기 때문에 임신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예상했던 건 고작 '술 안 마시고 참는 거 힘들겠다, 입덧 심하려나?' 정도.

 

음.  It’s a lot more than that!!

임신 14주차, 입덧은 그냥 수많은 증상 중 하나일 뿐이었다. 입덧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술은 생각도 안 난다.

 

 

 

나의 임신 증상 예상하는 법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케바케(case by case). 사람마다 조금씩, 아니면 많이 다르다는 점이고 -

임신 전에 나의 증상들을 살짝 예상해보고 싶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생리. 월경 전 증후군 증상이 있는 사람은 그걸 떠올려라. 생리 터지기 하루 전, 몸이 나른하면서 하루종일 졸리고, 허리가 아프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두통까지 온다? 

그 증상이 좀 더 심해진 버전으로 쭈욱-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드 스윙 - 극 초기에 심함 (짜증지수 🔥🔥)

사람이 굉장히 감정적이 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너무 싫으면서도 통제할 수가 없다. 조그만 일에 눈물이 날 정도로 짜증이 나거나 속상하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지 싶고 어디 가서 말하기도 창피한데, 옛날 스타일 소스로 버무려진 한국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던 저녁이었다. 남편한테 말하니, 남편이 퇴근길에 반반 치킨을 투고해 왔는데, 박스를 열어보니 가게 실수로 반반 치킨 대신 후라이드 한 마리가 있는 것이다. 너무 짜증 나서 눈물이 났다… (아니 왜????)

그 밖에도 복통이랑 두통때문에 괴로운데 그날따라 남편이 집에 빨리 안 와서 소파에 누워서 엉엉 소리 내어 울고(내가 아프다고 우는 사람이 아닌데..) 별거 아닌 거에도 너무 짜증이 나는 등 호르몬 때문이라 믿고 싶긴 한데, 내 생각엔 사람이 몸이 안 좋으면 예민해져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몸이 계속 아프고 내 몸 같지 않으니까 더 짜증이 나고 그런 것 같다. 왜, 생각해 보면 컨디션 좋을 때는 살짝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쿨하게 넘기지 않는가? 이건 나보다는 주변사람(남편)이 더 고통받을 수 있는 증상인 듯.

 

 

여드름 - 스트레스 1위, 뒤집어진 피부 (짜증 지수 🔥🔥🔥🔥🔥)

내 스트레스릐 팔 할을 차지한 증상이 아닐까 싶다. 나는 성인 여드름으로 원래 고생하고 있던 케이스. 생리 때마다 턱 주변에 뾰루지가 한 두 개씩 올라왔었는데 임신하니까 갑자기 여드름과 뾰루지가 미친 듯이 나는 게 아닌가. 심지어 볼 쪽에도 뭐가 나서 정말 수습 불가인 지경까지 되었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그 울퉁불퉁함. 세수하는데 오돌 도돌 한 게 느껴지는데 이건 내 얼굴이 아니야…ㅠㅠㅠ 결혼식 한 지 얼마 안 됐던 터라, 요 몇달 간 피부 관리를 굉장히 잘 해왔기 때문에 최상의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임신 하고 나서 피부가 이렇게 한 순간에 뒤집어지니 너무 속상하다. 나는 입덧과 살찌는 것보다 피부 뒤집어진 게 임신 기간 중의 스트레스 1위로 뽑겠다. 어떤 사람은 안 좋았던 피부도 뽀얗게 좋아진다고 들어서 살짝 기대했었는데..  좋아지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제발 내 원래 피부라도 돌려줘….. 임신 중에는 먹는 것은 물론 바르는 것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항생제가 포함된 대부분의 여드름 치료 연고는 사용할 수 없다. 출산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진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리는 걸로 

 

 

두통, 편두통 - 개인적으로 가장 괴롭다 생각  (짜증 지수 🔥🔥🔥🔥🔥)

몇 주 동안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증상이다. 평소에 두통이 잦았다면 높은 확률로 임신성 두통을 겪을 것이다. 매번 생리하기 전 PMS  증상은 꼭 두통과 함께 찾아왔었는데, 임신을 하니 이 원인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다.

나는 원래 두통이 올 낌새가 보이면 바로 애드빌을 먹었고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임신 한 후로 두통이 아무리 심하게 와도 약을 먹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몇 시간이면 나아질 증상이 며칠을 가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의 담당 산부인과 의사는 너무 못 참겠으면 타이레놀을 먹어보라 했다. 하지만 만성 두통인으로서 20여 년의 경험상 나의 두통에 타이레놀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괜히 찜찜함을 무릅쓰고 먹었는데 증상도 안 나아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별별 민간요법으로 버티는 중. 아로마 오일과 지압이 그나마 가장 도움이 되었다. Head massager도 샀는데(거미 모양으로 생겨서 정수리부터 왔다 갔다 두피 마사지 하는 기구)

 

입덧, 먹덧 (짜증지수 🔥🔥🔥🔥)

욱~ 하고 하루종일 토하는 증상이 있어야만 입덧이 있는 게 아님. 하루종일 속이 미슥거리는 그 더러운 기분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의 경우에는 정말 정말 심한 입덧 증상이 3일 정도 있었고, 나머지 2-3주 정도는 공복에 속이 안 좋은 일명 '먹덧 증상'이 있었는데, 심했던 그 3일을 설명해 보자면, 술을 안 마셨는데 엄청나게 심한 숙취가 있는 느낌. 정말 이게 숙취면 '그래, 어제의 내가 잘못했지'라고 자책할 수도 있는데, 술도 안 마셨는데 숙취가 있어?? 하면서 더 화가 난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입덧 팔찌(morning sickness bracelet)^^; 까지 사 오고 난리를 쳤다는.. 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2주 동안이나 차고 다녔다.

그리고 후각이 정말 정말 예민해져서, 내가 방에 있을 때 남편이 주방에서 제육볶음을 만드는데 그 냄새 때문에 정말 토할 것 같고 괴로웠다. 그 후로 우리 집에서 요리 금지령이 떨어졌다는..

나의 경우에는 공복이 되면 귀신같이 속이 미슥거렸다. 밥을 먹을 때, 음식을 씹고 있는 그 순간에는 괜찮은데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속이 미슥거리기 시작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입덧이 가장 심했던 2주간은 크래커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밀가루 맛이 나는 과자를 먹는 게 레몬 캔디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물론 건강에는 안 좋겠지만). 입덧이 심한 산모들은 음식은커녕 본인의 침도 못 삼키는 정도이고 물만 마셔도 토한다고 하는 걸 들으니, 내 증상은 아주 미약하게 느껴져서 '그래도 무언가를 씹고 있으면 괜찮은 게 어디야'라고 다독여 본다.

 

입맛의 변화 (짜증 지수 🔥)

입덧과도 연관이 있는 증상인 것 같은데, 확실히 입맛이 달라진다. 뭐 한 가지 음식만 계속 먹고 싶거나, 생전 입에도 안 댔던 요상한 조합의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하는 건 없었는데 지금 내가 먹기 싫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보면 원래의 내가 아니다.ㅋㅋㅋ 후각이 예민해져서인지 특정 음식 냄새가 너무 맡기 싫을뿐더러, 그 음식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안 좋아지는 기분. 

 

 

1. 나는 남편과 Korean BBQ(불판에 구워먹는 고기) 먹으러 일주일에 한 번을 갈 정도로 고기집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임신 후 요 세 달간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상상만 해도 속이 안 좋아져서 몇 달째 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고 있다. 일례로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냉면이 제일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 고기집이어서 깔끔하게 포기.. 

 

2. 그리고 원래 향이 있는 식재료, 대표적으로 표고버섯을 아주 좋아했다. 고기, 생선보다 좋아할 정도로. 그런데, 그 향이 너무 역하게 느껴져서 입에도 대지 않는 중. 트러플 향도 마찬가지 ㅠㅠ 슬포...

 

3.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샤베트 류를 먹기보다는 무조건 초콜릿이나 우유가 들어간 꾸덕한 한 맛을 좋아했다. 일명 '살찌는 미국맛'. 그리고 회사에서 별명이 쿠키 몬스터^^; 일 정도로 쿠키와 초콜릿을 밥보다 좋아했는데, 이상하게 임신하고 나니, 초콜릿이 하나도 안 당기는 게 아닌가! 누가 가끔 줘서 한 입 먹어도 한 입 그 이상으로 먹고 싶지도 않다. 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들이 '쿠키 1개 이상 너무 달고 물려서 못 먹겠어' 하는 게 이해가 가네.. 초콜릿이랑 쿠키 많이 먹는 건 어쨌든 건강에 좋은 게 아니니 좋은 걸로^^*

 

4. 원래 안 먹었는데 많이 먹게 된 건, 신 과일들. 눈치챘겠지만 나는 과일보다는 무조건 빵, 디저트 파이다. 식후에 디저트로 과일을 먹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고, 과일로 배를 채우느니 케이크나 브라우니를 먹자 주의. 그런데 임신하고 나서 과일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특히 '배, 귤'을 진짜 많이 먹었다. 아삭아삭 시원한 느낌이 좋아서인 것 같다. 평생 먹은 과일보다 임신하고 몇 주 동안 먹은 과일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소화 불량 (짜증 지수 🔥🔥)

나는 굉장히 둔한 편이라, 소화 안 되는 느낌, 더부룩한 느낌이 뭔지 몰라서 항상 친구들이나 남편이 소화 안된다 말하면 이해가 안 가서 공감을 못 해줬다. 그런데 임신하고 나서 그 느낌이 뭔지 알고야 말았다. 밥을 먹었는데, 소화가 안 되는 더부룩한 느낌. 나의 숙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ㅠㅠ 특히 저녁밥을 먹은 후에 가장 심한데, 그래서 저녁을 굶느니 그건 또 안 좋을 것 같아서 이러지도 못하고 있다.

 

 

피부가 예민해짐, 너무 가렵다 (짜증 지수 🔥🔥)

원래 그렇게 예민한 피부가 아닌데, 조금만 가려울 만한 소재의 옷을 입으면 간지러워 미친다. 늘 입던 잠옷이었는데도, 목 - 가슴 부분에 봉재선이 살짝 있는 게 살에 닿는 게 미칠 듯이 가려워서 입질 못한다. 그래서 항상 순면 나시티 하나를 입고 잠옷을 입는 중.. 

그래서 강제로 로션을 치덕치덕 발라야 한다. ㅠㅠ 머리맡에 손 닿는 곳에 로션을 비치해 두고 몸이 가려우면 바로 더 바르고 있음.

 

 

만성 피로 - 내 몸이 내가 아님.. (짜증 지수 🔥🔥🔥🔥)

너무 피곤함.. 진짜.. 너무 피곤함.. 자꾸 소파에서 기절한다. 웃긴 게, 소파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지 않을 때도.. 예를 들면 책상에 앉아서 랩탑으로 뭐 영상 같은 거 보다가 갑자기 헤드뱅잉 하면서 졸다가 엎드려 자고.. 이걸 여러 번 겪었다; 고 3 이후로 이런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고 잠을 조금 자는 것도 아닌데 하루종일 졸리고 피곤한 이 기분이 너무 짜증 나는데, 더 짜증 나는 건 막상 밤이 돼서 잘 시간이 되면 또 잠이 안 옴..ㅋㅋㅋ 원래 운동도 거의 매일 하는 굉장히 액티브한 사람인데, 정말 병든 닭처럼 너무 졸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매번 소파에서 기절해 잠들어버린 나를 발견하면 화가 난다...

 

 

빈뇨 - 방광이 작아짐? (짜증지수 🔥🔥🔥)

화장실을 너무 많이 간다.

낮에 화장실 많이 가는건 상관 없는데, 밤에 오줌이 마려워서 자꾸 새벽에 깨게 되면 사람이 미친다. 그래서 잠들기 직전 소변이 마렵지 않더라도 화장실을 갔다가 잠자리에 들게 된다.(도움 !!) 그래서 물 마시기가 두렵지만, 의사 선생님이 물 많이 마시라 강조하셨기 때문에.. 수분 섭취를 잘해줘야 한다.

 

 

변비 (짜증지수 🔥🔥🔥🔥)

변비가 심해도 너무 심해진다. 음식 섭취를 적게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한 번 화장실을 못 가는 것을 떠나서, 이틀 만에 화장실에 가도 힘을 많이 주는데 정작 나오는 건 토끼똥 같은..(TMI 죄송합니다)

임신 후기로 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해서 걱정스럽다. 치질이 생길까 두려워, 결국 진료 볼 때 말해서 변비약을 처방받아와서 삼일 째 먹는 중이지만, 별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꾸준히 먹어 봐야지... 

 

 

 

그 외의 증상

휴, 이 밖에도 불면증, 허리 통증, 발목 아림, 시도 때도 없는 복통, 복부 팽만, 살쪄서 입을 옷 없음 등 하나하나 나열하자니 너무 많아서 다 쓸 수도 없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공유해 주는 사람은 보통 없기 때문에 초산인 산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갑자기 우리 엄마가 생각나며 찡해진다. 임신이 이렇게 힘든 거였다니 ㅠ_ㅠ 막달 되면 빨리 애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 벌써부터 이해가 간다. 배가 불러오면 더 힘든 게 많겠지..

 

 

 

위의 증상들은 대부분 임신 극초기 - 초기 증상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임신 초기가 원래 가장 힘들 때고 임신 중기가 되면 차차 나아지고 컨디션도 굉장히 좋아진다고 했다. 배가 불러와서 거동이 불편해지긴 하지만 심적으로는 가장 괜찮은 시기라며 남편을 안쓰럽게 바라보며ㅋㅋㅋ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잘해주라고. 허허...

 

확실한 건 임신 자체가 쉬운 건 절대 아니라는 것! 역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나도 그냥 적당히 친한 회사 동료나 지인이 "몸 괜찮아요?"라고 물으면 그냥 지금 쓰러질 것처럼 아픈 것도 아니니까 항상 괜찮다고 대답하는 편이라, 이런 세세한 것들은 굳이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런 증상들에 더 무지했던 것일지도. 그리고 임신을 힘들게 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너무 어렵게 생긴 소중한 생명이라 임신 기간 내내 너무 행복해서 불평할 만한 증상도 그냥 넘긴 것 같다고 한다(우리 엄마도 같은 말을 하심 ㅠㅠ찡..) 임신 증상에 대해 쓰다 보니 짜증 나는 내용만 가득인 것 같은데, 이 모든 증상을 견뎌낼 만큼, 내가 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고 작은 생명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벅차오르고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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